비 내리는 유월
봄 꽃들이 떠난 자리
솜털 연한 열매들이
유월 비에 살이 오른다
나무들이 목말라
끈적임에 지쳐 갈 때
유월 비에 짙푸름을 더 한다.
빗속에서 울던 젊음
빗속에서 웃던 젊음
이젠 너를 꿈꾸지 않아
고독안에서 평안을 찾으며
유월의 비로 시원히
마음을 적신다.
[오늘 아침 산책]
봄꽃들이 떠난 자리를
이제는 열매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가 있는 이 곳도
예전엔 누가 있어왔고, 그 전에 또 누가 사용했었고.
훨씬 더 이젠에는 또 누군가가 있어왔겠죠.
어떤 추억들이 쌓여 있을까요?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똘망똘망 귀여운 두 아이와 노모를 위해
행동 빠르게 공룡을 피해가며
사슴의 먼 조상을 사냥하고 있던
한 가장의 맹렬함이 떠 오릅니다.
그렇게 공간은, 지구는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하고 공유해야 할 것
시간의 흐름속에 공간은 늘 그렇게 많은 이들의
사연을 품은 채 항상 그 자리를 지켜 왔다는 것
21. 09.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