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기
꿈에서도 몰랐던 그 날이 왔구나
침상에 가 눕기 전 심신을 달래고자
붓을 들었으니
상제께서는 이 몸의 노력을 잘 헤아리시어
부디 좋은 결과와 함께 귀가토록 하게 해 주소서
명일 고사장서 긴장치 않게 해 주소서
큰 아들을 고사장에 보내고 나서 집으로 왔다. 아내가 어제 큰 아들이 쓴 시조라며 보여준다. 띄어쓰기가 없어 무슨 뜻인가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가 있었다. '문인기. 꿈어서도 몰랐던 그 날이 왔구나.'로 시작한다.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의 긴장감과 소망이 고르란히 느껴진다. 아마도 예전 과거를 보러 먼 길 떠나 던 한 선비의 그 장엄한 마음을 공감했으리라. 가방을 챙기며, 큰 뜻을 품고 봇짐을 챙기던 약관의 푸른한 선비의 마음을 공감했으리라.
한번은 아내의 생일, 전혀 뜻하지도 않게 쉬는 시간 엄마를 생각하며 적었닥 무심히 건내던 시 현편으로 마음을 울리던 아들이다. 자기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며 다르린다는 것은 조선시대 선비블에게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평소 큰 아들의 말투에 비친 생각들과 겹쳐져 미소가 지어진다.
'영락없는 문과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더 잘 키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뭐가 되도 될 놈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아픈 가슴을 달랜다. 아빠도 니가 좋은 결과와 함께 귀가토록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또 좋은 결과 아니면 어떠니,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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