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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오늘 아침, 산책

엄마의 소신 중 어떻게 기도하는가? 자신에게 복을 달라며 기도하는 자가 있고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자가 있어요 가뭄으로 농작물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의 산뜻한 나들이를 위해 비가오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하고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월세 내느라 허덕이는 이들이 있는데 내 집 값은 오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바라면 안되는 것을 기도할 때가 있어요. 타고나길 내성적인 아이에게 손들고 발표하는 아이가 되라고 에너지가 뻗쳐 감당이 안되는 아이에게 차분히 독서만 하라고, 눈물이 많은 아이에게 강인해지라고, 그런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엄마의 기도는, 엄마의 바람은, 아이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이 아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여야 합니다. 내성적인 아이가 속으로 단단해져 믿음직한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더보기
인연의 끈 인연의 끈 어느날 젊은 며느리에게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습니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어머님이 말리셨습니다. 애야~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란다. 며느리는 포장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가위로 자르면 편할걸 별걸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 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습니다. 다 풀고나자 어머님의 말씀,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 됐을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수 있겠구나“라고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덧붙이셨습니다. “인연도 잘라내기 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단다.“ 혹시나 얽히고 설킨 삶의 매듭들이 있다면 하나, 하나 풀어 가세요. [오늘 아침, 산책] 그 끈을 풀기위해서는 한손으로는 어렵겠죠? 언젠가는 풀겠지만,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리거라 .. 더보기
자신을 아낄 것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Vivienne Westwood- [오늘 아침, 산책] 흔한 말, 많이 듣던 말.. 정도로 생각하기에는 모두다 맞는 말. 그 중에서 특이 '자신을 아낄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머뭅니다. 평생을 살아가며 사용하는 자신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210705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오늘 아침, 산책] 세상의 소외된 곳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기쁨보다는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동경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삶을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이중성에 까지.. 더보기
인연 인연 中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 피천득 - [오늘 아침, 산책]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것이겠지요.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 한 것이겠지요. 돌아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다들 잘 살고 있을까요? 그렇겠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요? 앞으로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나는 또 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210630 더보기
비 내리는 유월 비 내리는 유월 봄 꽃들이 떠난 자리 솜털 연한 열매들이 유월 비에 살이 오른다 나무들이 목말라 끈적임에 지쳐 갈 때 유월 비에 짙푸름을 더 한다. 빗속에서 울던 젊음 빗속에서 웃던 젊음 이젠 너를 꿈꾸지 않아 고독안에서 평안을 찾으며 유월의 비로 시원히 마음을 적신다. [오늘 아침 산책] 봄꽃들이 떠난 자리를 이제는 열매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가 있는 이 곳도 예전엔 누가 있어왔고, 그 전에 또 누가 사용했었고. 훨씬 더 이젠에는 또 누군가가 있어왔겠죠. 어떤 추억들이 쌓여 있을까요?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똘망똘망 귀여운 두 아이와 노모를 위해 행동 빠르게 공룡을 피해가며 사슴의 먼 조상을 사냥하고 있던 한 가장의 맹렬함이 떠 오릅니다. 그렇게 공간은, 지구는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더보기
현충일 현충일 6월6일 현충일의 제정 과정을 아시나요? 현충일(顯忠日)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는 기념일로 매년 6월 6일이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5월의 마지막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라고 하는 우리의 현충일과 그 성격이 비슷한 미국판 현충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 동란을 맞았고 이에 40만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습니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자 정부는 1956년 4월 대통령령 제1145호로 을 개정하.. 더보기
6월의 시 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오늘 아침, 산책] 익어가는 보리밭의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 서로 부둥켜 사는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움이 없는 사랑의 고을로 바람도 미소를 더해 줍니다. 농번기로 한참 바쁠 농촌에서도 허리 펴 땀이라도 닦노라면 .. 더보기